인간이 무엇을 지각한다는 것은 기억이나 추리와 같은 정신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루었다는 뜻이다. 지각은 일반적으로 단편적이거나 애매한 감각 정보를 집단화하고, 그 의미를 결정하거나, 형태를 해석하고, 의식적으로 대상을 인식하도록 하는 매우 복잡한 일련의 심리 과정들로 구성되어 있다. 기억이나 추리 등의 인지 과정에는 오류가 많고 또 과정 자체가 느리고 심리적 노력이 많이 소요되지만, 지각은 대부분 정확하고, 대단히 빨리 진행되며, 대상의 의미나 해석이 명확하다.
Hochberg(1978)는 사람들이 지각을 인식하는 2가지 상황을 제시하였다. 첫째, 자신의 관찰이 착각으로 판명되거나, 혹은 어색한 상황이 벌어질 때이다. 착각과 같은 잘못된 지각을 인식하는 순간 정확한 지각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인지 관심을 가지게 된다. 둘째, 인간이 수행하는 기능을 대신하는 기계를 만들려고 할 때이다. 예를 들어, 청각 장애인을 위해 보청기를 개발하려고 하면 청각기관들이 어떻게 환경을 지각하는지를 알아야만 한다.
가까이에 있는 자극은 눈과 몸 또는 물체 자체의 움직임 때문에 끊임없이 변화한다. 하지만 지각 과정은 변화하는 자극 속에서 변화하지 않는 구조를 찾아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각 과정은 외부 자극에서 항등성을 찾고 안정된 정보를 구성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변화하는 수많은 현상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통합하는 지각 과정은 때때로 애매한 내용에 대해서는 문제해결 과정이나 추리 과정을 작동시킨다. 지금까지 살펴본 지각에 대한 내용을 요약하면 지각은 결코 감각 자료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며, 체계적이고 고차적이며 자동으로 진행되는 정신 과정이다.
지각의 일반적 특징에는 지각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 방법은 크게 구성주의와 형태주의로 양분된다. Helmholtz가 선구적인 기여를 한 구성주의는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구성주의는 지각의 근본 요소 감각을 가정하고 있으며, 감각 자료가 애매모호하고 단편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억과 같은 비 감각적 요소들과 연합하고 추리하는 과정을 통해서 지각표상이 형성되고, 대상의 의미가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그 때문에 구성주의는 지각에서 판단, 추리, 해석과 같은 인지적 측면을 강조한다.
구성주의와 크게 대조되는 입장이 형태주의다. 행태 주의 심리학자들은 지각 단위가 감각이 아닌 형태라고 주장한다. 지각은 과거 경험과는 비교적 독립적으로 그 자체의 법칙에 따라 이루어지며 총체적인 전체 구조가 부분과 요소의 성질을 결정한다고 가정한다. 지각에 대한 접근 방법은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인 지각의 특징을 다음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멀리 있는 물체가 망막과 같은 근접 자극에서는 애매모호하다. 둘째, 지각은 근접 자극을 묶는 집단화 과정을 거쳐 체계화한다. 셋째, 지각 체제화는 안정된 지각 표상을 목표로 하는 지각 체계의 선택과 결정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특히 지각 체계는 외부 환경과 잘 일치하는 안정된 지각 표 항의 구성을 목표로 한다. 넷째, 지각을 유발하는 중추 과정들은 무의식적이라서 자각적으로 경험되지는 않는다. 다섯째, 대부분의 경우 지각된 내용은 객관적인 대상 속성과 잘 일치해야 한다.
지각적 추리에서는 의자에 앉을 때 우리는 그 의자가 우리 몸무게를 지탱할 만큼 튼튼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다. 의자 다리들이 가려져 보이지 않더라도 바닥 위에 안정적으로 서 있다고 여기며, 안심하고 의자에 앉는다. 이러한 행동은 경험에 의해서 얻어진 것이다.
Helmholtz는 과거 경험, 즉 학습이 지각에 영향을 준다고 보았다. 그는 물체 지각은 감각 단서를 기초로 한 무의식적 추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가정하였다. 즉, 대상에 대한 감각 정보와 기억에 저장된 정보를 사용해서 대상을 추리하는 과정이 바로 지각 과정이라고 본 것이다. 지각 현상을 '지각'이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는 우리가 현재 경험하는 감각 정보에 대해서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추론하기 때문이다. 무의식적이라고 한 이유는 지각 과정이 의식되지 않고 자동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모호성에서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하나의 대상에 대해서는 하나의 분명한 지각적 해석만을 내린다. 예를 들어, 볼펜보다는 두껍고 길쭉하며 노란 색깔의 물체는 '바나나'라는 해석을 즉각적으로 내린다. 사과와 자동차를 혼동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조 바나나는 바나나로 지각되지만 먹을 수는 없다. 진정한 의미에서 바나나는 아니다. 이러한 경우 지각 체계의 정확한 해석은 '바나나처럼 생긴 것'이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이처럼 한 대상에 대해서 둘 이상의 지각적 해석이 가능해지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지각 체계화는 시각 영역으로 들어온 감각 정보를 어떻게 집단화해서 처리하는가에 관한 이론이다. 20세기 초 형태 심리학자들에 의해서 널리 연구된 분야이기도 하다. "전체는 부분을 모아 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 바로 지각 체계화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문구이다.
안경을 볼 때 우리는 곡선, 직선, 검은 부분, 흰 부분, 원형 등의 감각 요소 덩어리들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크기와 형태가 있고 높이가 있으며 정지된 물체로서 어떤 기능적 의미를 가진 대상으로써 파악한다. 이처럼 대상의 지각적 의미를 파악하기까지 윤곽 형성, 집단화, 체제화 등의 복잡한 과정이 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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